믿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신 같은 것들. 누군가의 명명 혹은 금기로 인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서. 이제야 이게 왜 그런가, 한 번쯤 의심해보곤 하지만, 전에는 의심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런 것들. 좀 이상한 구석도 있고, 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힘을 가지고 있는 어떤 것들.
그리고 내가 전혀 믿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이를테면,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같은 것. 그리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다 보면 결국 하게 된다고. 잘하고 있다고, 매 순간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고. 그 말에 나는 어떤 용기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어설프게 무언가가 되어버린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잘하고 있다고, 괜찮을 거라고, 매 순간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고, 나는 믿는다.
아내는 충전을 기다리는 3일 동안 정말 행복해 보였다. 아이와 할 수 있는 뭔가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이기도 했다. 나는 틈틈이 배양토를 만져보며 흙이 잘 마르고 있는지 살폈다. 다행히 흙은 잘 말린 빨래처럼 뽀송뽀송 마르고 있었다.
3일 뒤, 이제는 아이를 배양토에서 꺼내 씻길 차례였다. 나는 도영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며칠 전과 동공 크기가 비슷했다. 분명 관찰 모드가 시작되면 동공이 줄어든다고 했는데. 충전이 제대로 된 건지 확인할 방법이 설명서에는 나와 있지 않았다.
“아직 동공이 다 안 닫힌 것 같은데. 꺼내도 되나?”
“설명서에 보면 3일 뒤에 흙이 마르면 꺼내서 씻기라고 되어 있잖아.”
“혹시나 해서 그렇지.”
“일단 씻겨보자. 씻겨보면 알겠지.”
조금이라도 잘못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우리는 3일 사이에 마음이 좀 더 굳건해졌다. 아내가 배양토를 걷어내고 아이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나는 흙이 잔뜩 묻은 아이의 몸을 손바닥으로 살살 털어냈다. 그리고 살짝 안아 들었다. 아이는 축 늘어진 채 가만히 안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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