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창(槍) : 2024-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작가의 말
이 세계의 규칙에 따라 내 몸에는 커다란 창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후유증은 해결되지 못한 채 반평생 정도가 흘렀다.
나에겐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몸에 창이 꽂혀 있는, 모두가 그걸 알면서 모른 척하는, 무관심하고 절망적인 세계 속에 주인공을 내세우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려보았다.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니다. 주인공의 몸에는 앞으로도 창이 계속 박힐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주인공은 이미 느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이 세계는 나에게 동화였다. 앞으로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가 닿을지는 모르겠다. 내 곁을 떠난 이 세계가 마침내 제 여정을 시작하게 되어 기쁘고 벅차다. 어떤 여정을 겪게 되든 기꺼운 마음이길 바란다.
당선 연락을 받고 한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이게 무슨 기분인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기분이라기보단 상태에 가까운 것 같다. 텅 비워낸 상태. 항상 쓸데없는 집착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나를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먹고 살아보겠다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럴싸한 직장인도 되지 못한 나. 그렇다고 세상이 주목하는 천재도 아닌 나. 결국 여기까지 버틴 나. 위로하기도 좀 그렇고 나무라기도 좀 그래서 습관처럼 펜을 잡는다.
창은 이제 뽑혔고, 남은 건 써야 할 글뿐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앞으로 나의 모든 삶은 결국 펜을 향할 것이다.
묵은 창을 뽑고 닫혀있던 말문을 열어주신 모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온 진심을 다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