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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동 1201호: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소설 단편 당선작

김상현 2025-03-19

ISBN 979-11-93452-96-7(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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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제 글은 소설이라기보다는 토해낸 형태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과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당선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분들, 그리고 앞으로 이 책을 읽으실 독자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읽으셨을지, 그리고 읽으실지 모르겠습니다.

[205동 1201호]는 평생 한순간, 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 인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한 번쯤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혹여나 이 책을 읽으시는 분 중에 이렇게 벗어날 수 없는 곳에 갇혀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좋아 죽는다는 그 연애가 뭘까 하는 호기심에, 나중에는 애인이 생기면 공허함이 조금은 채워질까 하는 기대감에 몇 차례 사람을 만났다. 워낙 바빴던 탓에, 연애를 해도 제대로 된 데이트는 거의 할 수 없었다. 하루 중 잠깐 시간이 비는 때 같이 밥을 먹거나, 일이 끝난 후 한 시간 정도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하거나, 자기 전 전화 통화를 하거나, 가끔 상대방 집에 가서 같이 자거나 하는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그게 내 공허함을 채워줄 때도 있었다. 이 사람이 나를 구원해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기대감이 잠 못 들고 뒤치락거리는 새벽 시간을 채워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내 연애의 끝은 언제나 같았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 뭔지 나는 몰랐다. 사랑은 받아본 적 있는 사람이 줄 줄도 안다는 말의 의미를 나는 몇 차례의 연애 후 절실히 깨달았다. 상대방은 언제나 내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며, 그것을 허물어주기를 원했다. 자신을 믿고 기대어 줄 수는 없냐고 부탁하기도 했다. 너한테 나는 대체 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제 엄마 인생 망쳐놓은 년이라고, 탄생부터 저주받은 생명체라고, 네가 달라고 하는 사랑이 뭔지를 나는 모른다고.

밤마다 혼자 싸구려 알코올을 들이붓고 날붙이만 손에 들면 몸에 상처를 내는 사람이라고 고백해도 상대가 여전히 같은 태도일 수 있을까. 다들 솔직함은 미덕이라고 하지만, 그건 솔직할 수 있는 어떤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함을 터놓고 이해받고 사랑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솔직할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다. 내 솔직함은 상대방까지 버겁게 만들 것이고, 그들을 도망치게 할 것이고, 그러면 나는 버려질 게 뻔했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되면 연애하는 동안 다소간 채워졌던 공허함은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처럼 엄청나게 이자가 불어 다시 내게 들러붙었다. 그때쯤이면 나는 언제나 이별을 고했고, 다들 상처받은 표정으로 내게 ‘날 사랑하긴 했느냐’고 되묻곤 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해주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 또다시 하루를 살아내러 갔다. 이별 후에도 언제나 같은 태도로 하루를 살아가는 내게 주변 사람들은 언제나 독하다고 했다. 넌 평생 혼자서도 잘 살겠다고도 했다. 우스웠다. 나는 단 하루도 잘살아 본 적이 없는데. 헤어진 지 삼 주가 지난 전 남자친구에게 새벽에 전화가 오는 날도 있었다.

너 잘 지낸다더라. 나랑 헤어진 티도 안 난다고, 힘들어하지도 않는다고…… 사람이 어떻게 그러냐 넌.

수화기 너머로도 물씬 묻어나오는 술기운과 함께 그런 한탄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흐느낌을 몇 초 듣다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생각했다. 힘들어하지도 않는다고…… 정말 그런가.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힘들어하기에 너무 바빴다. 남들처럼 이별의 아픔을 느끼며 할 일을 해내지 못하고 슬픔에 빠져 살기에 나는 감당해야 할 삶이 너무 무겁고 버거웠다. 힘들다고 일을 하루 빠지면 월세를 낼 수 없었다. 힘들다고 펜을 손에서 놓으면, 수업을 빠지면,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다. 또한, 동시에, 내 ‘힘듦’을 담아내는 공간은 이미 가득 차 있어서 이별이 거기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cho_tina@naver.com

 

205동 1201호: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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