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두 번째 탄생: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소설 단편 당선작

김성호 2025-03-19

ISBN 979-11-93452-95-0(05810)

  • 리뷰 2
  • 댓글 0

1,000 코인

  • talk
  • blog
  • facebook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소설을 쓰기 위해 한글 파일을 열어놓고 백지를 마주할 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러니까 나는’이라는 말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어느 순간부터 그랬다. 왜일까. 어느 날 고민해보았다. 그러니까 나는, 이라고 시작하는 건 내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가 아닐까. 나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아닐까.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게 소설일까……. 나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신인소설상 당선 연락을 받은 것도 그 과정의 일부라고 여긴다. 몇 번째인지 셀 수조차 없을 도전 속에서 받은 이 기쁜 성과를 모든 글을 쓰는 이들과 퀴어 분들과 함께 간직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깊게 읽어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가 향한 곳은 산부인과였다. 그는 다짜고짜 진료를 예약하려 했다. 접수대의 간호조무사는 우리를 보더니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었다. 나는 뒤에서 그의 팔을 붙잡고 가자며 잡아당겼다. 황석은 막무가내였다.

제가 임신을 한 것 같아서요.

그가 말했다. 간호조무사는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내 분 말씀하시는 거죠?

아니요. 저요. 제가 임신했어요.

황석이 말했다. 그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결국 우리는 보안요원에 의해 산부인과 바깥으로 쫓겨났다. 나는 그에게 왜 그러냐고, 정신이 나갔냐고 다그쳤다.

당신이 가야 할 곳은 산부인과가 아니라 정신과야.

내 말에 황석은 아니라면서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더니 내 손을 가져다 그 위에 포갰다.

느껴지지 않아? 다른 새 심장이 뛰는 게, 뭔가가 꼬물거리는 게.

그러고선 속삭이듯 말했다. 도가 나한테서 다시 태어나려나 봐. 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정말 배에서 뭔가 느껴지는 것 같아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당신 미쳤구나. 그것도 단단히 미쳤어.

나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 길로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몇 시간이 지나도 황석은 집에 오지 않았다. 나는 내버려 두었다. 아마 인근 산부인과란 산부인과는 다 찾아다니면서 받아달라고 애원하는 중이겠지. 아내도 딸도 누구도 아닌 자기가 임신한 것 같다며. 하지만 그는 대장암 환자일 뿐이었다. 어쩌다 그것을 임신으로 착각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그가 나지막이 한 말이 떠올랐다.

도가 나한테서 다시 태어나려나 봐.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kimwriter14@naver.com 

두 번째 탄생: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심사평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2 새로운 탄생 설화: 허공을 찢어발기는 울음소리 혜섬 2025-03-23
1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돋보이는 작품 박은비 2025-03-21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