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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치지 마라

소설 단편

조재민 202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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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없다고 사람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저는요, 꼬리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한 사람입니다. 물론 증명하는 동안 좀 맞기도 하고, 좀 굴욕도 당했지만요. (그래도 끝까지 버텼습니다. 버티다가 가끔 울긴 했지만.)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뒤뚱뒤뚱 꼬리를 흔들며 잘 먹고 잘 살 때, 혼자 꼬리 없이 어정쩡하게 걷던 한 인간의 이야기. 읽다 보면 아마, 기가 차서 웃을 겁니다.

그러다가 소설이 끝날 때쯤 갑자기 "어? 나도 꼬리가 있었네?" 싶어서 살짝 서늘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또 웃을 겁니다. (어쩌겠어요, 세상은 웃기니까요.)

아무튼, 저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꼬리 없이. 씩씩하게. 때로는 찌질하게.

이왕 이렇게 된 거, 꼬리가 있든 없든, 다들 한번 잘 살아볼까요?

태윤은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의사가 늘어놓는 의외의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의사의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눈빛만은 어떤 확신을 품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드려야 할지, 저도 해외 논문으로만 봤지, 실제 임상으로는 처음 접해보는 사례라…”

의사는 태윤의 허리 X-레이 촬영물을 불빛에 비춰주며 말을 이었다.

“이쪽, 미골 부위 보세요. 여기에 희미하게 절제 흔적이 남아 있어요.”

“어떤 게 절제됐다는 말인가요?”

“꼬리가 절제됐다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한 번도 꼬리를 가져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이건 유전자 스캔 결과입니다. 태윤 씨는 'T-코덱스'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요. 이 유전자가 뭔지는 아시죠? 태어나서 꼬리 이식을 하는 경우가 있고, 배아 상태에서 꼬리 유전자를 주입하는 이식술도 있잖아요. 이 유전자를 이식하면 뇌의 신경 발달 시기에 꼬리 형성 유전자가 자동으로 발현되거든요. 우리가 흔히 순혈테일이라고 부르는 태어날 때부터 꼬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요. 태윤 씨가 바로 그 순혈테일이라는 말입니다. 태어날 때 있었던 꼬리가 절제된 겁니다.”

“저는 그런 수술을 받은 기억이 없는데요.”

“태윤 씨가 아주 어릴 때, 기억조차 없을 때 절제술이 이뤄졌겠죠.”

“아니 도대체 누가?”

2023-4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웹북​​ 『짐』『X에서 늙어 죽은 최초의 인간에 관한 보고서』『롯소코 도파민네이션』 ​출간 

 

withsun04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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