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회사에서 점심을 주지 않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점심은 없습니다.”
한 줄짜리 계약 조건처럼 보이지만 이 말속에는 식사 여부를 넘어 사소한 제도 속에 숨어 있는 차별의 구조가 들어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일해도 누군가는 회사에서 주는 밥을 먹고 누군가는 알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따뜻한 한 끼의 “밥”은 때로 존엄이 되고 생존이 되며 어떤 날에는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많은 ‘유란’들이 느끼는 불편한 점심시간에 대해 한 번쯤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부드럽고 물컹한 결. 혀에 닿기도 전에 녹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숨죽였다. 그것은 단지 맛있는 살점이 아니었다. 나는 맛볼 수도 없는 부위였다. 다음은 아가미 살, 목살 그리고 정수리 살이 차례로 해체되었다. 쫀득한 식감 뒤에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왔다. 볼살은 짧고 뭉툭한 단면에 불규칙한 근육 결이 드러나 있었다. 그 뒤 입천장살까지 참치 머리는 다 해체되었다. 지방이 적절히 붙은 붉은 살들은 육회와 비슷했다.
입안에 참치 살 한 점을 넣었다. 살은 입천장에 닿기도 전에 녹았다. 목으로 넘기는 감촉이 사라지자 곧바로 젓가락을 들었다. 계속해서 입에 뭔가를 넣고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유란 씨 아까 점심 제공이 아이덴티티라고 한 건 무슨 뜻이에요?”
술 취한 사람들 틈에 멀쩡해 보이는 김 대리가 물었다. 렌즈를 낀 눈동자가 반짝였다.
“음. 그게 무슨 뜻이냐면요. 대리님, 오늘 이 자리에 가마살, 배꼽살, 오도로, 주도로, 아카미까지 싹 다 있어요. 전 그냥 맛없는 부위인가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그 어디에도 저는 없어요. 왜냐면요. 전 참치살이 아니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전 참치가 될 수 없거든요. 참치 대가리에 붙은 아주 작은 살점조차도요.”
혀가 꼬여 말은 엿가락처럼 늘어졌고 발음은 틀니 빠진 듯 엉망이었다.
“…… 참치가 될 수 없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김 대리가 중얼거렸다.
“유란 씨, 많이 취했어요?”
“그런데 대리님, 아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왜 그렇게 민철 씨를 만지세요? 웃기지도 않는데 민철 씨 팔하고 등을 치면서요? 민철 씨 여자 친구가 알면 엄청 기분 나쁠 거 같은데요.”
민철이 순간 나를 쳐다봤다. 놀람과 당황 어쩌면 약간의 연민 같은 게 섞인 얼굴이었다.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 민철에게 입 모양으로 미안해요,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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