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의 우화,
지혜와 삶이 압축된 파일,
이 땅에서 살아왔던 보통 사람들의 해학,
우리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제때 필요한 내용이 군더더기 없이 담겨있다,
읽다 보면 세상 일들이 풀린다
매 학기 <명작세미나>라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예창작학과 강좌라서 ‘명작’ 하면 대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문학작품을 떠올리지만 나는 명작의 범위를 넓혔다. 위대한 사상가, 건축, 미술, 사과(과일), 민담 등등 여기에 ‘속담’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나는 속담을 좋아한다. 인생을 살면서 뭔가에 툭툭 걸려 넘어질 때 여러 나라의 속담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마음자리가 조금 넓어진 기분이 든다. 속담에는 ‘입’이나 ‘말’에 대한 삶의 폭죽 같은 깨달음의 이야기가 많다. <샛별이 뜰 때>는 소설의 옷을 입은 긴 속담이다.
그때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 휴대전화가 부르르 떨었다. 0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화면에 떴다.
“안 그래도 네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어.”
“이제야 내가 누군지 알아냈냐? 그렇담 말이 통하겠네.”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여기서 끝내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야. 정신적인 피해도 간과하지 않겠어.”
“이게 지금 누구 앞에서 정신적인 피해래?”
악녀가 소리를 꽥 질렀다.
“야, 난 너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못 봤어. 그뿐인 줄 알아? 직장에서도 쫓겨났다고. 넌 고객 설문조사를 악평으로 도배한 것도 부족해 전화로 나를 마구 씹어댔잖아.”
“고객 설문조사?”
“그날은 오후 세 시까지만 일하기로 했는데 한 시가 넘어 너희들이 나타났지. 그 빌어먹을 원장은 내 사정을 뻔히 알면서 네 머리를 나한테 맡기더라. 커트도 아닌 파마 손님을 말이야. 못된 부모 대신 나를 길러준 할머니의 생명이 꺼져가는데 재수 없이 너한테 걸려들었어. 내 밥줄이 끊어지니까 후련하지? 어떤 시인이 그랬어. 입이 꽃처럼 고우라고, 그래야 말도 꽃 같이 한다고.”
“너, 도대체 누구야?”
“샛별이다, 최샛별. 그렇게 짓밟아놓고 까맣게 잊었겠지. 손끝이 여물지 않다느니, 머리 만지는 감각이 떨어진다느니, 실습생도 이보단 잘하겠다느니, 또 뭐랬더라, 아무튼 나를 내쫓으려고 지랄을 떨었더라고. 너 출판사에서 일하지? 네가 만든 책에도 고객 설문조사를 들이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 봤냐? 보나 마나 너는 나보다 훨씬 후진 솜씨로 책을 만들 거야. 너 같은 인간들이 만든 책이 세상에 널렸어. 그런 책에서는 파마약보다 더 지독한 냄새가 풍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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