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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끝의 바다: 2025-4 당선작

소설 선택안함 당선작

이철인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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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인생이 견디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마다 저는 항상 소설 속 세상으로 도피하곤 했습니다. 제 소설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도피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약성서에서 배우는 지혜’ 과목의 기말고사 시험 문제는 하나였다.

‘당신의 소명을 적으시오.’

A4 용지 좌측 상단에 적혀 있는 그 짧은 문구는 명료하면서도 난해했다. 시험 문제의 밑은 온통 백지였다. 그 커다란 공백을 메우는 일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소명이란 무엇인가.

그 말의 의미는 예수가 살아 숨 쉬던 시대만큼이나 멀었다. 강의 시간에 교수는 성경에 등장하는 성인들의 행적에 대해 얘기하면서 소명의 의미를 설명했다. 나는 그 말을 들었으나 그 말은 내 머릿속에서 온전한 기억으로 남지 못했다. 나는 조용히 소명, 소명하면서 되뇌었지만, 하느님이 나에게 부여하신 역할이 무엇인지 끝내 생각해내지 못했다. 결국 답안지에 한 문장만을 적어서 제출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는 나에게 F를 주었다. 성적표에 찍힌 그 알파벳에서는 선의도, 악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재수강을 의미하는 그 알파벳은 하얀 바탕 위에서 고고하기까지 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2024-4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사막 끝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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