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잠을 자며 부활을 꿈꾼다
작가의 말
작년에 나는 정인처럼 러브크래프트를 필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째서 러브크래프트를 필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을 필사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고, 그날 바로 종이에 ‘광기의 산맥’의 도입부를 옮겨 적기 시작했다. 어쩌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듯,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따라 써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러브크래프트를 필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해석들도 접하게 되었다. 그중 흥미로웠던 것은 크툴루가 ‘외부에서 온 것’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한다는 해석이었다. 실제로 러브크래프트는 ‘바깥 세계에서 온’ 유색인종들을 병적으로 혐오했으니 꽤나 근거가 있는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한창 논란이 되는 젠더 이슈에 러브크래프트적인 관점을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젠더 이슈에 무감각한 남성들에게 페미니즘, 퀴어, 폴리아모리 따위의 말들은 크툴루만큼이나 낯설고 위협적인 존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설령 젠더 이슈에 빠삭한 남성이라도 이론으로만 접했던 내용들이 일상에 들어온다면 우주적 존재와 마주쳤을 때만큼 당혹스럽지 않을까? 이 소설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나도 젠더 감수성이 높다고 하기에는 민망한 구석이 많다. 글을 쓰면서도, 심지어 글을 다 쓰고 나서도 폴리아모리라는 민감한 이슈를 이런 식으로 다루어도 될까 싶었다. 부디 이 소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