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윤리 문제를 중심으로 작가와 독자의 권력 관계를 전복적으로 재구성한 메타픽션.
책을 찢고 불태우는 의식과 작가를 심판하는 독자 집단을 통해 문학의 제도와 폭력성을 드러내고
동시대 문단을 정면으로 겨냥한 도발적이고 문제적인 작품.
“표절한 작가도 작가인가?”
“우리는 독자예요, 독자.”
안을 들여다보자. 우리의 안을. 거기 조안 킹이 있다. 그가 말을 건다. 귀 기울여 보라. 무슨 말이 들리는가?
첫 소설집이 대박 나자마자 표절 사건에 휘말린 나였다. 이후 두 번째 소설집을 냈지만 평론가들은 자기복제에 불과하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독자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김성호 작가를 따라 한 것 같다며, 자격지심에 절은 글투성이라고 평했다. 김 작가는 엄연한 내 후배이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 같은 학생회였다. 스물네 살에 불과했고, 나는 당장 결혼해도 이상하지 않을 스물아홉 살에 등단했다.
후배의 행동 하나하나를 의식하며 무엇이든 캐물으려고 한 게 불쌍해 보였는지, 어느 날 술을 사준다며 나를 불러내곤 선배한텐 에세이나 여행기 같은 게 어울릴 것 같아요, 라는 말을 지껄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술잔을 내던졌고 다시는 학교 근처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자퇴서를 제출하고 영원히 그 이름을 지워버렸다. 앞으로 출간될, 그리고 새로 찍을 쇄에 고향과 학력을 적어 넣지 않겠노라, 표절 해명 인터뷰 자리에서 선언했다. 그건 마치 고귀한 선서와 비슷했다.
일부 독자들은 그런 대담하고도 예술가의 진심이 묻어나는, 선서 같은 말이 마음에 든다며 돌아섰다. 평론가들은 글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표절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작가와의 인연도 거기서 끝나는 듯했고, 정말 끊어져 버렸다. 김 작가는 TV에 몇 번이나 방영된 원시림을 찾아 여행을 갔다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자살이라고, 경찰은 발표했다.
일부 독자들은 농담 삼아 내가 죽인 게 아니냐고 물었다.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웹북 『사물연습』『것』『퀴어문학은 취급하지 않습니다』『이이』 『공』 『무연고 휴가』『로보, 나를 물어줘』 『비를 사랑하는 감각에 대하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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