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끝없이 풍선을 부는 인간의 이야기. 숨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누군가는 오늘도 풍선을 분다. 기억과 애도, 죄책감과 생존 본능이 어떻게 일상의 사물들 속으로 스며들어 인간의 현실 인식을 변형시키는지를 매우 섬세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품.
어느 날 문득 본 풍선에 대하여. 그 크기에 대하여. 터지고 남은 것들에 대하여. 묻고 싶었다. 우리는 누구를 향해 그렇게 호흡하고 살아갈까. 궁금했다. 그건 어쩌면 사랑의 크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도 코 골아? 잠은 잘 자?”
그 말에 나는 삼키던 연어초밥을 마저 삼키지 못했다. 기도에 턱 걸린 듯한 느낌이었다. 연신 기침을 하는 내게 그녀는 뒤늦게 물을 떠주었다. 나는 물을 마시고도 쉽사리 사레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나는 티슈로 입가를 닦고 진정한 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묻고 싶었지만 “잘 자. 풍선도 계속 불고 있고”라는 말만 튀어나왔다.
“풍선?”
미진은 되묻더니 아, 이해했다는 듯 얕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미소가 너무도 수줍어 다른 누군가 보면 중년 소개팅으로 보일 정도였다. 나는 웃지 않았다. 단지 풍선을 부는 게 이젠 버릇이 되었노라고, 풍선 없인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그거 꾸준히 연습하면 좋다잖아. 계속 연습해. 그럼 좋아질 거야.”
좋아질 거라는 말이 죽지 않을 거라는 말로 들렸다. 나는 그럼 기수는 연습하지 않은 거냐고, 그래서 죽을 만했던 거냐고 묻고 싶었다. 물론 기수의 죽음은 미진의 책임이 아니었다. 미진은 오히려 나보다 더 그 애의 수면무호흡증에 관심을 쏟았고, 잔소리를 퍼부은 것도 그녀였다.
우리의 대화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나는 근데 왜 기수는 수면무호흡증을 앓았나, 따져보았다. 원인이 뭘까. 죽기 1년 전 당했던 학교폭력 때문일까? 나와 미진 탓은 아닌 듯했다. 금슬 좋은 부부는 아니더라도 사이가 나쁘진 않았으니까.
학교폭력 가해자 아이들은 강제 전학을 갔고, 이후 눈에 띄게 기수의 상태는 좋아졌다. 뒤늦게 그 때문에 불안정한 수면 장애에 시달릴 리 없었다. 이유가 뭘까. 나는 미진에게 묻고 싶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그녀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느닷없이 말을 꺼냈다.
“기수는 그냥, 늘 어딘가 불안해하던 아이였어. 누구의 탓도 아니야. 타고나길 그랬어. 뱃속에 있을 때도.”
2025-1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
웹북 『사물연습』『것』『퀴어문학은 취급하지 않습니다』『이이』 『공』 『무연고 휴가』『로보, 나를 물어줘』 『비를 사랑하는 감각에 대하여』 『조안 킹 선서』『나오미를 찾아서』 『당신의 공중부양』 출간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