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듯 묘한 울림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과학스럽고 사무적인 문장 사이에 잠언스러운 문장들이 “누군가 남기고 간 유언”처럼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최근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묵직한 사유가 전편에 흐른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AI의 침공을 막아내는 것 같은 안간힘이 귀하게 느껴졌다. 인간의 AI에 대한 “마지막 저항”을 담아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정돈된 문장과 도전적인 사유로 무장한 작가가 인상적인 작품들을 잔뜩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김종광 / 심사평 일부)
사람은 왜 사람을 찾을까.
이 소설은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상태를 알아차리고,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 주며, 언제나 적절한 말을 건네는 존재가 생긴다면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찾게 될까. 그때 사람에게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요청」을 쓰면서 기계와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말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기계가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언제나 정확한 답이나 해결책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잠시 자신의 시간을 멈춰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필요합니다. 사람은 지치고, 귀찮아하고, 때로는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면 그 불완전함 때문에 다시 사람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을 읽어 주시고 신인상으로 불러 주신 스토리코스모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당선을 다음 소설을 써도 된다는 허락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노인은 창밖을 보았다. 유리창에 빗물이 말라 희미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기계는 너무 급해. 말끝이 떨어지기도 전에 다음 말이 준비돼 있어. 나는 아직 내 말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걔는 자꾸 알아들었다고 하더군.“
그 말을 듣는 순간 회사 교육 영상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사용자는 즉각적 이해 반응에 안정감을 느낍니다.'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알아듣는 게 아니라 끝내버리는 거지. 사람 말을 듣고 있는 게 아니라, 사람 말을 처리하고 있는 거야.“
정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꾸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였다. 노인은 핏줄이 도드라진 손으로 무릎을 쓸었다.
"자네 일은 뭔가. 여기 와서 나를 말리나, 달래나, 점수를 매기나.“
정우는 대답을 고르듯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
"하지만 지금은 듣겠습니다.“
노인은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모를 표정으로 정우를 보았다. 잠시 뒤 그가 말했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