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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 잭

소설 단편

최원섭 2021-07-22

ISBN 979-11-9201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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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안경 도수, 이대로 좋은가.말 놔서 미안하지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시력이 오락가락하는 77세 할아버지야.나도 아내가 죽기 전까지는 보는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지.그래서 안경을 맞췄는데 너무 잘 보여.세상이 왜 이러나. 원래 이랬나.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이제 너무 잘 보이는 것도 안 보이는 것도 싫어.다시 안경을 맞출 거야. 과연 도수가 맞을까.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지.여생은 내가 안경 도수에 맞추면서 살아야 될 지도 몰라.그런 세상은 안 왔으면 싶네.그래서 말하는 건데 자네도 안경 도수를 체크해보게나. 진심이네.

콜라텍 입구로 들어선 나는 깔린 카펫을 꾹꾹 눌러 밟으며 위풍당당하게 안으로 입장했다. 물품보관소에 맡길 것도 없었고 손에 만져지는 건 바지 주머니 속 파란 알약뿐이었다. 나는 부킹도우미의 어떤 도움도 뿌리치며 홀에서 춤을 췄다. 뽕짝에서 디스코까지 가리지 않고 몸을 흔들었다.

지르박을 출 때는 수 명의 파트너들이 내 품을 거쳤다. 턴 할 때 허리가 삐끗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천장에서 쏘아대는 조명이 반질거리는 내 머리카락을 수놓았고 스피커는 내 심장을 향해 고동을 쳤다. 나는 돌고 찌르고 흔들다가 홀 바닥에서 천장을 향해 솟아올랐다. 하지만 시력으로 인해 둔해진 거리 감각이 문제였다.

낙하하면서 다리가 허공을 휘저었다. 바닥에 엉덩이부터 착지했다. 내친김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반짝이 미러볼이 천장에서 어지럽게 돌았다. 나도 화려한 싱글이었다. 핑크의 생활 영어를 빌자면 나는 댄스홀의 스타였다.

2021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annanda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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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2 안경 하나로 펼쳐지는 재밌는 이야기 솔트 2022-09-05
1 새 안경 맞춘 얘기가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다ㅋㅋ 김아침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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