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지긋지긋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꾹꾹 눌러도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것들에 대해
경이로운 마음으로 썼다.
종종
술 깬 나가 술 취한 나에 대해
놀라게 되듯이
이 소설을 쓰면서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기분이었다.
간밤의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기윤은 술집에 도착했다. 좁은 골목에서 승유와 껴안고 있던 나는 두리번거리는 기윤을 보았다. 내 몸이 굳어진 것과 그가 나를 발견한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나를 알아보고는 흉물을 보듯 진저리쳤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날카로운 두통에 비명이 튀어나왔다. 나는 울 것 같은 심정으로 머리를 붙잡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진작 기윤의 문자를 보았더라면, 술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었더라면, 그랬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기윤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간다는 문자도 보았다. 만약에 따위는 없었다.
왜 전화 안 받니. 또 술 처먹었니.
엄마의 문자는 이랬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누구나 후회할 실수를 저지르며 산다는 사실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술 마시고 저지른 일들이 떠올랐다. 남의 집 자물쇠 번호를 한참 누르다가 혼쭐이 난 일, 아침에 새로 산 신발의 굽이 사라진 걸 발견하는 일, 기윤의 차 시트에 악취 나는 흔적을 남기는 일, 다음 날이면 곰곰이 돌아보게 되는 일들. 나는 그런 일을 저지르고 비난을 받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술을 마시고 또 실수를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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