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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느낌

에세이 선택안함

윤대녕 2021-08-24

ISBN 979-11-9201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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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모음 『사람의 느낌』은 월간 <좋은생각>에 이년 여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다. 연재 청탁을 받았을 때,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에 대해 ‘추억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느덧 오십대 중반의 나이였고, 언젠가 내 기억에서 그 ‘추억들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허망한 예감을 받곤 했다. 더불어 내 인생에서 앞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매우 드물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생의 후반부로 접어들면 최근의 기억부터 희미하게 사라지기 시작해 종국에는 걸음마를 배우던 아이 때의 시절에 이르른다고 한다. 그러한 예감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할 무렵 이 글을 쓰게 됐음을 다시 고백하고 싶다.

여기 모아둔 27편의 짧은 글에는 내 삶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겼던 사람들의 비늘 같은 작은 조각들이 박혀 있다. 그들도 나로 인해 어떤 추억을 갖게 되었을까? 확인할 수 없으나, 일부는 아마 그러하지 않을까? 그들 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고,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나는 사람들도 있다. 새삼 말해 무엇하랴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몹시도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글을 써나가는 순간에 거듭 깨달았다. 사람은 각자 하나의 독립된 행성(우주)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 같은 존재들이리라. 우주 물리학자들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싶다면 지붕에 올라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라고.

‘삶’은 곧 ‘사람’임을 뜻하는 말이 아닐까. 누구와 만나는가에 따라 삶의 운명과 행로가 변하기에 그렇다. 혹시 모르겠다. 내가 앞으로 또 어떤 낯선 사람들과 만나게 될지. 하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크게 서운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내 주위에 존재하는 사람들과 남은 생을 아름답게 꾸려가는 일이 이제는 더 절박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그래, 때로는 사람한테 모진 상처를 받고 몸부림치거나 배신감에 치를 떤 적도 있었지. 그런데 그런 나도 누군가에는 마찬가지였겠지. 그런저런 이유로 문을 닫고 산 적도 있었어. 그러나, 결국 ‘모든 타인은 또다른 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세상 속으로 나왔지. 사람 없이는 내가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알게 된 거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오갈 때 무심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제 나이를 먹은 탓도 있겠으나, 모두가 낯익은 사람들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수많은 또다른 ‘나’들. 그들이 있기에 내가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안다. 내가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을 그들이 매순간 생생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1962년 충남 예산 출생.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남쪽 계단을 보라』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누가 걸어간다』 『제비를 기르다』 『대설주의보』, 『도자기 박물관』,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달의 지평선』 『눈의 여행자』 『미란』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등이 있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1994년), 이상문학상(1996년), 현대문학상(1998년), 이효석문학상(2003년), 김유정문학상(2007년), 김준성문학상(2012년), 소나기마을문학상 황순원 작가상(2019년) 수상.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parisb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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