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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작법

소설 단편

박상우 2021-09-02

ISBN 979-11-9201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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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구성법은 인생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나는 소설적인 설계를 하고 싶었다. 이 작은 이야기에 우주적인 시스템을 함축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상상력은 오랜 세월 나를 사로잡고 있는데 이것이 그와같은 근원적 의구심에 돌팔매질을 하는 첫 번째 소설이었다. 이렇게 인간은 자의와 타의가 합성된 다차원적인 프로그램에 의해 태어나고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 지금도 이 근원 시스템의 문제는 내 주된 탐구 대상이고, 그것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나의 눈에는 자체자동로봇처럼 보인다. 물론, 당근, 나도 포함이다.

남자가 6~7미터쯤 접근했을 때 여자가 돌연 등을 보이고 반대 방향으로 달려 나오기 시작한다. 해송 숲이 끝나는 지점에 설치된 철책을 확인하고 남자는 재빨리 왼편으로 방향을 꺾는다. 순간, 3~4미터쯤 앞에서 7번 국도 방향으로 달려 나가던 여자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는다. 곧이어 여자를 뒤따르던 남자도 장애물을 비키지 못하고 중심을 잃는다. 지면에 낮게 드리워진 해송 가지에 남자와 여자의 발목이 걸린 때문이다.

넘어진 여자는 엎드린 채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남자는 두어 번 몸을 굴려 엎드린 여자 위로 기어오른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남자가 여자의 목덜미에 말을 뱉는다.

“내 인간성 시험하지 말라고 했지?”

“……”

여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오래오래 숨을 몰아쉰다. 이윽고 남자가 여자의 등판에서 몸을 떼고 일어나 여자를 강제로 돌아눕게 만든다. 여자는 탈진한 사람처럼 남자가 힘을 가하는 대로 흐느적거린다.

남자는 반듯하게 누운 여자의 배 위에 올라앉아 있는 힘껏 뺨을 후려친다. 빗물에 젖은 여자의 얼굴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다. 반대편 뺨을 후려치자 얼굴이 원래 방향으로 돌아간다. 여자는 식물인간처럼 남자가 힘을 가하는 방향과 힘의 정도에 따라 반응할 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여자의 무반응에 남자는 미친 듯 발악한다.

“소원이라면 죽어! 차라리 여기서 뒈져 버리라구!”

“…….”

“내가 왜 널 견뎌야 하니? 도대체 내가 왜 널 견뎌야 하냐구!”

“…….”

“넌 내 인간성을 실험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야! 그게 증명되지 않으면 모든 게 끝장날 테니까 알아서 해! 알겠어?”

“……”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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