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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문장13: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소설 장편 분재

박상우 2024-10-13

ISBN 979-11-93452-62-2(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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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처음 접속한 쿄쿄-인격적 에너지체로서 그의 명칭은 ‘시온(Zion)’이다-로부터 시작된 첫 번째 영감의 받아쓰기 과제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시리우스 잉카가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미션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이와 같은 작업이 지속되는 이유는,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지구인들이 실재라고 믿고 있는 ‘나-인생-세상-우주’라는 연결고리의 실상을 일깨우기 위함이라고 믿는다. 내가 이런 작업에 사역하는 도구가 된 배경은 알 수 없으나 이 작업에 대한 나의 노동과 집중은 나의 의식 세계와 삶의 자세를 근원적으로 달라지게 만들었다.

사랑과 창조, 헌신과 봉사.

독자로서 이 소설과 인연을 맺은 당신에게도 이미 필연의 힘이 작용하리라 믿는다. 믿거나 말거나 인생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나라는 존재성도 나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자아의식은 3차원의 물질적 육체뿐 아니라 4차원 심령체(psychic body), 5차원 이지체(noetic body)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하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깨어나지 않는 한 못 알아들을 말이겠지만 깨어나고자 한다면 반드시 깨어나게 만드는 것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우주의 에너지 섭리이다.

대미에 마침표를 찍었으니 다시 백두대간 만항재로 가야겠다.

정상 누각에 10여 분 정도 서 있던 그가 하산하는 길, 연상홍과 철쭉이 좌우로 물결처럼 넘실거리는 지점에서 그가 걸음을 멈추고 꽃무리를 들여다본다. 그 순간, 그가 상체를 약간 숙일 때 나는 그의 등 뒤쪽에서 진동에너지의 균형을 깨고 에너지를 한곳으로 몰아 나의 형상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묵묵한 표정으로 그가 나를 돌아보며 가볍게 목례한다.

“꽃이 참 아름답군요.”

나는 그의 우측 어깨 옆으로 한 발 나서며 다시 입을 연다.

“이게…… 아름다운가요?”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본다.

“자연이 만들어낸 색상이 이토록 화려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요?”

“이건 자연이 아닙니다. 아니, 자연이라는 말은 자연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는 나를 정면으로 주시한다.

“그게 무슨 말이죠?”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우주에 자연은 없습니다. 모든 게 마음이 만들어낸 가공품들이니까요.”

“그럼, 이 꽃들도 진짜가 아니란 말입니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꿈속입니다. 우리의 본체의식이 육체를 빌려 3차원 세계를 경험하는 중이죠. 당신과 내가 여기서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는 스토리 전개 과정이겠죠.”

그가 나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 같아 나는 기분이 선뜩해진다. 나의 형상이 일순 불안정한 파장으로 동요를 일으키는 것 같다.

“당신은 혹시 전에 나를 만난 적이 없나요?”

나는 그에게 묻는다.

“익숙한 느낌, 친밀감 같은 건 느껴지지만 이 꿈속에서는 처음 만나는 것 같군요. 혹시 나를 알고 있는 분인가요?”

“이렇게 말하면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당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내가 바로 문필우입니다. 당신이 창조한 인물이니까 나에 대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나는 그와 정면으로 마주 선다.

“아, 그래요?”

그도 꽃을 향해 있던 몸을 돌려 정면으로 나를 본다. 하지만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 나서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입을 연다.

“그게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요? 그런 일이 신기하고, 당신과 나의 관계가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지금 이곳에 나타난 건가요?”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등이 있다. 

 

네이버: 박상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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