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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에는 비밀이 있다

에세이 선택안함

송재학 2021-07-28

ISBN 979-11-9201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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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란 평정을 잃으면 소리를 내는 법이다. 초목은 본래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흔들어 소리를 내게 하고 물도 본래 소리가 없으나 바람이 흔들어 소리를 내게 한다. 입 밖으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불평이 있기 때문이라는 당나라 시인 한유의 지적은 글쓰기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다.

시의 처음도 불평에서 시작되었을 것이지만 옛 시인은 인간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시의 의무와 본질을 잘 파악했다. 나도 평생 풍경과 사람 앞에서 불평을 입에 달았는데 가열하고 사무치는 언어를 찾기 위한 여로였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마침내 이곳에 왔다. 너무나 황량하기에 여기를 벗어나면 곧장 극지로 가는 길이 보이고, 나 하나쯤 행방불명되어도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리 애통해할 것 같지 않은 곳. 그리하여 서기 399년 이곳을 지나갔던 법현법사가 말한 그대로 “하늘에는 나는 새도 없고, 땅에는 달리는 짐승도 없다. 광대한 사막으로, 갈 길을 물어 볼 데도 없고 죽은 사람의 마른 뼈가 표지가 될 뿐”인 타클라마칸에서 행방을 잃게 된 내가 정신을 차리는 곳은 어느 달콤한 오아시스. 하지만 나는 기억상실증으로 과거를 모두 잊어버린 상태이다. 아내도 아이들도 우리나라의 산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슴아슴한 이미지만 신기루처럼 떠오를 뿐이다.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포항과 금호강 인근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1982년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이래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했으며, 첫 시집 『얼음시집』을 비롯해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기억들』 『진흙얼굴』 『내간체를 얻다』 『날짜들』 『검은색』『슬프다 풀 끗혜 이슬』등의 시집과 산문집 『풍경의 비밀』과 『삶과 꿈의 길, 실크로드』를 출간했다. 김달진문학상, 전봉건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den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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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인의 풍경 접근법 책물고기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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