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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지 일기

에세이 선택안함

박상우 2021-08-16

ISBN 979-11-9201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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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하게 창작하던 시절의 창작일기를 올린다. 그 시절에는 늘 집을 떠나 어딘가로 가서 작업을 하곤 했다. 그 시절의 안반지는 소박하고 평온한 동네였지만 현재 그곳은 주변의 관광지화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금도 소설을 쓰기 위해 역마살을 몰고 다니며 절대고독과 싸우는 작가지망생과 작가들이 있을 것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창작의 고뇌와 고통은 변치 않는다. 뚫고들어가고자 하는 치열한 고뇌로부터 비로소 뚫고나올 수 있는 인생의 비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구도자의 삶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침 햇살이 찬연하게 방 안으로 밀려드는 오전 10시경부터 나는 짐을 풀고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주인집에서 빌려준 커다란 상 위에다 올려놓았다. 포트, 커피, 녹차 따위들도 꺼내놓았다. 사전과 몇 권의 참고서적, 10여 장의 CD 같은 것들을 자리 잡아주고 수첩을 정리했다.

준비를 끝낸 뒤, 커피를 마시며 햇살이 가득 들어찬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어쩌면 전생에 내가 살던 방 안에 앉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로소 내가 혼자 있다는 사실이 명징해지는 순간이었다. 혼자라는 사실을 자각한다는 것,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는 의미였다. 바야흐로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정작 내가 치열하게 싸워야 할 대상은 소설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걸 나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나를 방해하는 존재, 내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내가 은밀한 어조로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방심하지 마, 나는 너의 적이야.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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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1 소설가의 작업 기록 주영하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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