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창작커뮤니티 소행성B612(www.star612.com)에서 강의한 지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그동안 100명이 넘는 소설가가 배출되어 각자 자기 문학의 영역을 치열하게 넓혀가고 있다. 25년 동안 창작강좌를 진행하며 지망생의 고뇌와 고충을 알게 되고, 그들이 소설가가 되고 난 뒤의 고뇌와 고충도 세심하게 알게 되었다. 그것을 위해 내가 소설가로 등단한 지 20년이 되던 2009년에 『작가: 작가가 되는 길, 작가로 사는 길』이라는 지침서를 출간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난 2018년에 『소설가: 소설가가 되는 길, 소설가로 사는 길』이라는 개정 신판을 출간했다. 시대적 환경과 창작 여건, 그리고 소설의 사회적 대응력을 반영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다시 8년이 지난 2025년 봄, 21세기적인 창작 여건을 반영한 개정 신판 『소설창작 인생창작』을 출간한다. 이것이 내가 소설가와 지망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21세기 최종본이다. 소설로 시작해 소설로 일관한 인생, 이렇게나마 생애를 바쳐 얻은 지식과 경험과 지혜를 한자리에 모아 독자에게 전할 수 있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소설은 단지 소설이지만 소설은 단지 소설이 아니다. 그 안에는 없는 게 없고, 그 안에서 얻지 못할 게 없기 때문이다. 『소설창작 인생창작』을 다 읽고 나면 절로 알게 될 것이다. 소설과 소설가, 그리고 인간과 인생에 대하여.
■ ‘나는 글을 쓴다’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소설, 시, 희곡, 동화, 수기, 시나리오, 편지, 일기, 사설, 칼럼, 기사 등등도 모두 ‘쓴다’고 표현한다. 나는 글을 ‘짓는다’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쓰기는 글을 쓰는 주체인 ‘나’가 으뜸 되는 행위이다. ‘나는 쓴다’라고 말할 때 쓰는 행위는 ‘나’라는 주체에 종속되는 동사가 된다. 나의 의사나 의견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만드는 행위, 그것이 곧 쓰는 행위이다. 반면 짓기는 나를 우선하지 않는다. 짓기는 짓고자 하는 대상이 우선되는 행위이다. ‘음악을’ 짓는다, ‘글을’ 짓는다, ‘건축을’ 짓는다…… 그럴 때는 ‘나’가 우선되는 게 아니라 짓고자 하는 대상이 우선된다. 요컨대 쓰기에서의 주도적인 ‘나’와 달리 짓기에서의 나는 짓고자 하는 대상의 세계에 동화된 자아를 반영한다.
■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망상을 다 걷어내고 나면 그 자리에는 소설과 소설가가 아니라 인간과 인생이 남겨진다. 인간과 인생을 뿌리까지 파고들면 그 자리에는 기교와 기술이 스러진 소박한 이야기만 남는다. 나는 너라는 이야기, 너는 나라는 이야기, 우리가 모두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호텔 캘리포니아』 『내 마음의 옥탑방』 『가시면류관 초상』 『운명게임』『비밀문장: 지구행성 게스트하우스 손님용 보급판』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소설가』 『검색어 : 삶의 의미』 『소설창작 인생창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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