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테이블 : 2023-3 스토리코스모스 신인소설상 당선작
작가의 말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을 즈음 당선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그때 나는 어떻게든 한국을 벗어나고 싶어서 해외봉사 관련 사이트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고 마침 공고에 올라온 에티오피아 해외 봉사단 자소서를 쓰고 있었다. 당선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한국에 조금 더 있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소설을 써온 시간들, 내가 삶을 향해 애써온 순간들이 아주 헛된 건 아니었구나, 하고.
나보다 더 당선 소식을 기뻐해준 언주 언니와 여원 언니, 두 사람의 이름을 소감문에 쓸 수 있어 감사하다. 학교 자료실에서 두 사람과 나눴던 이야기는 나에게 깊은 위안과 함께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이 길고 지난한 생에서 우리 자료실 지박령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게 나의 복임을 안다. 이 복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테이블>을 쓰는 동안 엄마와 엄마의 친구들을 자주 떠올렸다. 할머니가 된 엄마와 이모들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이든 행복하길 바라면서 소설 속 정미와 유연의 이야기를 썼다.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당신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나는 소설 쓰기를 이어갈 것이다. 김숙현이 나의 엄마이고, 엄마의 친구들이 나의 이모인 게 행복하다. 언제 어디에 있든 그 사랑만은 진심이다.
그리고 정미와 유연. 나를 사랑의 세계로 이끌어준 소설 속 두 주인공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내가 계속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다. 작가 김나은의 기원이 되어주어 고맙다.
여전히 세상이 겁나고 두렵지만 이번 당선으로 나는 미래의 방향을 조금 더 삶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테이블>을 쓰며 그랬듯, 앞으로도 세상을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그리워하며, 그렇게 살아가며 글을 쓰겠다. 다시 한번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