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갈매기호텔: 2023 수상작가 자선작
작가의 말
방파제에 앉아 있는 갈매기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저 작은 생명은 거센 바람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서고 있을까. 갈매기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당당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경건한 마음이 듭니다.
고개를 치켜들고 매혹적 뒤태를 뽐내며 앉아 있는 갈매기는 쓸데없이 힘을 주지 않습니다. 또 날아오를 때는 어떤가요. 누구보다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릅니다. 울음소리를 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소리에 적당히 필요한 힘만 담습니다. 마치 세상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듯이.
이 소설은 그런 갈매기들의 태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때로는 우리가 아무 말 없이 바람과 마주 앉아야 할 때가 있거든요. 힘을 아껴야 할 때는 참아내고, 써야 할 때는 정확하게 쓰는 것……
갈매기호텔에 머무는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바람과 마주하며 조금은 더 단단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