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하나의 중얼거림이 세계를 떠돌고 있다
작가의 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려 본 사람은 ‘중얼거림’의 뒤끝이 쓸쓸하고 허무하다는 걸 안다. 술 먹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잔뜩 마시고 일어난 아침에 느끼는 기분과 흡사하다. 평범하고 싶은 우리,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은 우리, 그러나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는 우리는 맨홀 구멍처럼 소원하고 불안하다.
세계의 모든 것이, 사람과 인정(人情)과 오물과 쓰레기까지 화폐와 자본으로 빨려들어가는 시대에 개인의 낮은 중얼거림마저 자본 시스템에 흡수된다는 상상으로 글을 시작했다. 쓰면서 중얼거림의 더 아래층에 쌓여 있을 한숨, 분노, 슬픔, 허무에 손을 집어넣어 보았다.
중얼거려야 하는 사람에게 물음표를 달고 사람들의 소곤거림에 느낌표를 느끼게 된다면, 글을 쓴 사람으로선 더 바랄 게 없을 듯하다. 우라질 세상에 중얼거림은 독야청청해야 하지 않을까. 하물며 소설도 낮은 중얼거림에서 솟아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