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이삼
작가의 말
15년도 더 전에, 나는 두 아이의 육아로 허덕였다. 갓난쟁이를 막 벗어난 아이는 나의 모든 에너지를 요구했고, 비교적 수월한 첫 아이도 아직 어릴 때였다. 젊은 가장은 그런 셋을 먹여 살리느라 늘 귀가가 늦었다. 그때 내 옆에서 나를 돕는 것은, 오직 로봇 청소기뿐이었다. 움직이라면 움직였고, 멈추라면 멈췄다. 때가 되면 기특하게도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 시절 내 말을 듣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지금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로 기능이 떨어지는 그것을 나는, 사랑했다.
굳건하다고 믿는 관계는 정말 굳건한가, 천륜은 진정 하늘의 인연일까. 배신은 항상 믿었던 이가 하고, 가까웠으므로 우리는 상처 입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신의 기본값은, 친밀이다. 나는 수명이 다한 로봇 청소기를 오래도록 버리지 못했다. 그 반대의 경우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인간이 로봇을 사랑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