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너를 잡아먹을 시간
작가의 말
강은 내게 신비롭고 무섭고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나고 자란 고향집에서 20미터 골목길을 빠져나가면 넓은 하천이 펼쳐졌다. 오랜 가뭄에도 끄떡없던 깊은 수심의 물이 넘실대던 그곳은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달려 나가는 나의 놀이터였고 아빠와 같이 버들치를, 엄마와 함께 다슬기를 잡는 사냥터였다. 퍽퍽한 타인을, 이별한 당신을 잊기 위해서 달려가 푸르고 잔잔한 냄새를 맡으며 쉬어가는 장소였다.
막지도 않고 돌아서지도 않는 강으로 자꾸만 회귀하게 됐다. 어쩌면 무엇인가를 번번이 잃고 또 거듭 잃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이 소설을 썼다. 그러면서 알아차렸다. 견디는 건 참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일이란 사실을. 강이 내게 온몸으로 보여준 투명한 그 진리는 마르지 않는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