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10시 20분에 방영하는 9시 뉴스: 2023 추천작
작가의 말
산 자와 죽은 자는 각자의 집에서 산다. 모양과 크기가 다를 뿐 그 기능은 같다. 우리가 때가 되면 귀가하듯 그들도 죽어서 집을 찾아간 것뿐이다. 언제부턴가 둘의 영역을 구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집 근처에 군경합동묘지가 있다. 바로 그 옆으로는 모텔촌과 주점이 밀집해 있다. 어두워지면 한쪽에선 네온과 음악이 요란하다. 다른 쪽은 무거운 침묵과 깊은 어둠에 빠진다. 산 자와 죽은 자는 그렇게 공존한다.
너무 늦은 깨달음은 없다. 너무 이른 깨달음도 없다. 모든 깨달음은 적당한 때에 우리를 찾아온다. 깨달음은 공평하다. 과분한 깨달음도, 보잘것없는 깨달음도 없다. 원효대사의 해골 물 같은 대각은 우리에게 필요치 않다. 자잘하고 소박한 깨달음만으로도 우리 삶은 충분히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