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
작가의 말
우연한 만남이 이 소설의 얼개를 이룬다. 소설에서 우연한 만남 따위는 피하는 게 좋다고 배웠고 또 그렇게 가르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연을 소설에 끌어들인 까닭은 우연이 단지 우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필연 이외의 것들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연은 아직 필연성이 발견되지 않은 범주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하니 우연을 잠재적 필연이라고 해 보는 건 어떨지.
필연성이 발견되지 않은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인간 감각, 계산, 인식, 추론 능력 등의 명백한 한계 때문이다. 사람의 능력 안에서 만들어진 인식체계를 벗어나는 것들을 ‘모를 것’이라든가 ‘우연한 것’이라고 이름 붙이니까. 그런데 그 ‘모를 것’ ‘우연한 것’은 스스로 우리의 인식체계를 벗어난 게 아니라 우리가 다만 아직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그것들은 그곳에 처음부터 그렇게 ‘엄존’해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쉽게 가 닿을 수 없이 먼 곳에.
그러니까 시간적으로는 선캄브리아기나 중고생대쯤에, 공간적으로는 아시아와 아메리카가 한 몸뚱어리였던 곳에. 멀고멀어서 우리의 감각과 사유가 미처 가 닿지 못할 뿐, 그것들은 여전히 그것들만의 질서로 작동해 왔고 지금도 움직이고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날 아침 우리의 식탁 위에 물결무늬 풍뎅이로 툭 튀어나와 우리를 깜짝 놀라게도 하고, 어제까지 생판 몰랐던 사람을 보고 오늘 문득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닐지. 이런 상상은 언제나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