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작가의 말
운전해서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미친 듯이 쏟아지는 폭우를 만난 적이 있다. 한여름이었고 갑작스러운 폭우였다. 밖에 있으면 1초 만에 홀딱 젖을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안개마저 낮게 깔리는 바람에 시야가 매우 좁았다. 차선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 거리에 앞차가 있는지는 당연히 알 수 없었다.
다른 시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풍경에 긴장해서 운전대를 꽉 붙잡았다. 옆 차선에선 다른 차들이 끊임없이 물줄기를 튀기며 지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갑자기 거짓말처럼 비가 멎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 가드레일, 표지판, 고속도로를 에워싸고 있는 나무들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
그때의 잔상이 내 곁에 오래 머무르다 소설이 되었다. 어쩌면 그 순간 내가 빨려 들어간 다른 시공간, 다른 우주가 바로 이 소설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