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호수
작가의 말
소설 <호수>에 대해 저는 어딘가에 이렇게 적었었습니다.
“이것을 쓰는 동안 저는 ‘소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이 소설의 기원이라든가, 소설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응답 중 하나로 읽힌다면 더 없이 기쁘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말은 과장된 허풍이었습니다.
<호수>의 초고를 쓰기 시작했을 때 저에게는 다른 작품을 쓸 때와 달리 아무런 밑그림도 없었고 초점조차 흐릿했습니다. 그저 몇 개의 짧은 이야기와 은유에 대한 집착만이 내 손아귀에 들어 있었고, 나는 그것만으로 어떻게든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호수>와 ‘소설’이라는 관념의 유기체를 서로 연결시킨 건 초고를 완성하고도 수십 번의 퇴고를 거친 후 멀리 밀어두었다가 거의 반 년 만에 다시 꺼내서 마치 타인의 자식을 마주한 듯 무심하게 들여다 본 후였을 겁니다. 어쩌면 <호수>가 ‘소설’의 보조관념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그럴싸한 은유가 되어 내 소설에 문학적인 아우라를 드리웠습니다.
그 때로부터 또 두 해가 지난 지금, 저는 그것이 어설픈 은유임을 압니다.
<호수>는 한 편의 짧은 소설에 불과하고
거기서 무엇을 읽든 그건 읽는 이의 자유일 겁니다.
그러한 자유로움에 취해 호숫가를 떠도는 이야기가 소설 <호수>의 전부입니다.
그러므로, 세월이 더 흐른 후에 <호수>를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르게 읽힐 수도 있겠지요.
소설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