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천 개의 마리오네트
작가의 말
소설[천 개의 마리오네트]를 펼치고는 당신의 이야기냐고 누군가 묻습니다. 나는 또 그렇게 대답합니다. 그런 걸 묻는 건 실례입니다, 라고. 다만 내 이야기라고 할 수 없고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미처 알지 못하는 감정은 글로 쓸 수 없으니까요.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은 건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어진 길을 가야 하는 운명이 있기 때문이고 그렇다면 마리오네트는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니겠냐고 되물었습니다. 누군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우리 모두 맡은 역할이 있는 듯합니다. 그것이 어떤 일을 저지르고 난 후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떤 일을 시작하는 명분을 주는 듯도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넘어가려면 방법이 없습니다. 누가 맡겼는지, 왜 무슨 이유로 각자에게 나름의 역할을 주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소설 [천 개의 마리오네트]는 그러한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서른 살의 나이 차이에도 인연이 닿고 불륜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실수나 에피소드가 되기도 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이에게는 유년시절에 겪은 상실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지 않으려 애써도 갈 수밖에 없는 길. 등장인물들은 모두 만들어진 각본대로 누군가 조정하는 줄에 매달린 마리오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