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이야기
작가의 말
사랑에 빠지면
머릿속에 잠들어 있던 언어가 기지개를 켠다.
언어는 일어나는 즉시
자음과 모음을 총동원해
행과 연으로 신속하게 나뉜다.
알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문장이란 거
그러나 한 사람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꼭꼭 숨겨둔 달콤한 말들과
꾹꾹 눌러 담아 아껴둔 고백은
과거에 상처 난 연애 DNA를 아물게 한다.
내가 당신에게 조금 더 심장이 두근거리는 방법을 배웠을 때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 한없이 모자라고 부족한
뾰족하고 오돌토돌한 언어가 심장에서 선혈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그 낯선, 처음 겪는 통증
가슴 피멍들고 찢어지게 아프고 쓰라린 흉통이
이상하리만치 기분 좋았다
음… 그러니까……
조금 더 젊었던
그 어느 햇살 고왔던 날
나를 타인과 비교 없이 그윽하게 바라봐줬던 당신의 눈빛 한 방에
이 추잡하고 못마땅한 세상을 다시 딛고 일어났다.
나는 쓰는 사람
나는 반드시 써야만 하는 사람
내가 존경하는
반지하에서 그림자놀이를 하던 어떤 시인처럼
나도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으면서’
이 소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