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살가리 마을회관 소극장의 불면증클럽
작가의 말
작년부터 불면증에 시달렸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15년 가까이 글 쓰면서 마시던 커피를 끊고 멜라토닌과 테아닌이 함유된 보조제까지 먹어봤지만 딱히 효과는 없었다. 새벽까지 뒤척이는 게 미안해서, 조용히 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눕고는 했다. 어슴푸레한 어둠과 마주한 의식이 수면과 비수면 상태를 오갔다.
언제부턴가 밖에서 짧은 고함이 들려왔다. 고함의 주인은 남자였고, 그는 화가 났다기보다는, 뭔가 억눌린 것이 임계점을 넘어선, 그러니까 빵빵하게 부푼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를, 주에 한두 번은 반드시 내질렀다.
아악-.
그때마다 잠이 완전히 달아났지만,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딱 한 번 베란다로 나가 아래를 살폈다.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소파로 돌아갔다. 그리고 상상했다. 고함을 들은 누군가가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는 모습을.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남자에게, 그 사람에게, 혹은 잠들거나 깨어있는 우리 모두에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은 너무 어둡고 조용하니까.
그래서 소설을 썼다. 불면증은 조금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