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안함
케냐, 문 닫을 시간
작가의 말
내가 시를 쓰는 시점은 안개로부터이다.
안개는 작은 물방울이 부옇게 떠 있는 현상이며
어떤 모호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하고
눈에 어리는 눈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첫 번째의, 작은 물방울이 부옇게 떠 있는 현상이라는
그런 사전적 의미의 안개가 없다면,
둘째 셋째 의미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안개는 실제의 눈물로 만든 무엇이 아닐까.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넘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넘어
안개라는 이름의 질문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존재에 대한 모든 물음 뒤에 오며
가장 나중에도 묻는 물음이어야 하리라.
기존에 주어진 질문들을 데리고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물음 자체가 되어 안개를 몸으로 삼고서 가끔 볕 드는 길로도
지워진 길로도 길 없는 길을 갈 것이다.